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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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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7 10:43:00, 조회 : 2,394, 추천 : 476 |
<남자 절하기> 생자에게
왕은 나라 안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다. 그것을 지존(至尊)이라고 했다. 왕이 행하는 모습이 백성과 달라야 한다. 백성이 왕의 지존을 취하면, 역적으로 된다. 왕이 지존으로 되기 위하여 왕실법도가 나오게 된 것이다. 왕실법도를 지켜주기 위하여 백성법도가 따로 있어야 되는 것이었다. 왕실말(王室言語)이 있고, 백성말(百姓言語)이 따로 있게 되었다. 왕실혼례가 있고, 백성혼례가 따로 있게 되었다. <왕실절하기>가 있고, <백성절하기>가 따로 있게 된 것이다.
왕이 정남(正南)으로 앉게 된다. 그리하여 궁궐이 정남을 보도록 짓는다. 남쪽을 바르게 보도록 앉으면 그 자리가 정남이다. 정남이 좌침(座針)으로는 자좌(子座)로 된다. 백성집은 정남을 피해서 지어야 한다. 백성이 정남으로 집을 지으면 역적으로 몰릴 수가 있다. 백성집은 정남을 조금 피해서 임좌(壬座)로 앉친다. 궁월 기둥은 둥근나무 그대로 쓴다. 껍질 만을 벗기고 둥근나무가 기둥으로 된다. 백성집은 둥근나무를 세우면 안 된다. 둥근나무를 사각(四角)으로 빚어서 기둥을 세운다. 힘이 있는 그 부분을 톱으로 잘라야 했다. 역적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하여 사각목(四角木)을 기둥으로 세워야 한다. 궁궐 기둥을 원주목(圓柱木)이라고 부른다. 여기에서 왕이 용서하는 곳이 생기게 되었다. 솥을 걸어놓고 밥을 해서 먹는 집이 아니거든 둥근나무를 기둥으로 세워도 용서한다로 되었다. 그리하여 절간이 둥근나무 기둥을 세우고, 백성집 재각(齋閣)이 둥근나무 기둥을 세우게 되었다. 왕을 유일한 사람으로 받들기 위하여 차별대우라는 것이 있게 되었다. 무식쟁이는 왕이 하는대로 하면 그것이 상품(上品)인 줄로 알고 있다. 그런 무식쟁이가 광복후 대학교 교수자가 되어 <겨옵셔>라는 왕실말을 높임말이라고 해서, 나라말을 똥두더기로 만들어 놓았다. <살인강도 유상철님께서 말씀하시기를...>이라는 글이 신문글로 되었다. 왕에게만 사용했던 <겨옵셔>라는 것이 불쾌소리 <께서>로 바뀌어 만민에게 불쾌소리를 퍼뜨리게 된 것이다. 듣는 사람이 불쾌하게 되어 자리를 떠나게 되었다.
왕에게 올리는 절하기를 이야기 할 차례로 되었다. 신하가 두 손을 가슴까지 들어 올렸다가 내리고, 허리를 굽혀서 꿇어 엎드려 손을 앞으로 내어밀고, 두 손이 들입자(入字) 모양이 되도록 한다. 좌우 둘째 손가락이 서로 맞닿이도록 한다. 포개면 안 된다. 이것을 두고 량수입자형배(兩手入字型拜)라고 한다. 반쯤 일어나서 다시 꿇어 앉게 된다. <臣 김안로 아뢰옵나이다>라고 여쭈게 된다. <도승지는 들어라. 김안로를 끌어내어라>로 되기도 한다. 이런 것인데도 연속극 <녀인천하>에서 중종왕이 <도승지는 들어라. 희락당 대감을 끌어내어라>로 되고 있다. 말에 대한 기초가 없는 사람이 역사극을 쓰면 안 된다. 왕은 신하의 이름을 부르기로 되어 있다. 신하가 왕에게 올렸던 절하기를 선읍후배(先揖後拜)라고 한다. 두 손을 가슴까지 올렸다가 내리는 것을 읍(揖)이라고 한다. 왕이 없어지자 동시에 이런 읍이 없어졌으나, 한 군데 남아 있게 되었다. 혼례 때 신랑이 신부에게 절을 할 때 그 <선읍후배>가 남게 된 것이다. 나는 1950년에 선읍후배를 하고 장가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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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 우리 세째집 손남(孫男) 이름이 인기(仁基)이다. 올해 중학교 1학년이 되었다. 나의 손자로는 마지막 제사손남(第四孫男)이다. 진주에 살고 있으나, 저그 아베 저그 어메하고 저그들 네 식구가 살고 있다. 내가 그렇게 시켰다. 인기는 올해 중학교에 들어가서 선도반장(善導班長)으로 뽑히었다. 손자를 손주(孫誅)라고 말하는 미친 놈이 광복후에 나왔다.
인기는 일요일이 되면 내가 살고 있는 할애비집에 와서 한 마디 씩 배우고 간다. 배우려고 온다. 집에 들어오면 절을 한다. 유치원시절 부터 해온 절하기이다. 할애비 할미가 자리에 앉으면 문밖에서 절을 한다. 서서 허리를 굽혀서 꿇어 앉고 두 손을 앞으로 내어서 들입자(入字) 모양으로 절을 한다. 좌우 둘째 손가락이 서로 맞닿이게 한다. 포개면 안 된다. 이것을 두고 량수입자형배(兩手入字型拜)라고 한다. 반쯤 일어나서 또 꿇어 앉는다.
<아비 어메 할애비 할미>를 직계라고 한다. 직계(直系)는 유전인자가 일직(一直)으로 전한다. 일직 가운데서도 격세유전(隔世遺傳)이 더 많다. 인기는 저그 애비보다 할애비인 나를 더 닮았다고 한다. 할애비 도민증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직계는 1대 2대 3대로 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1세 2세 3세로 내려온다. 직계는 모두 1촌이 되기에 죽으면 <府君神位>로 써서 제사를 지낸다. 직계는 대나무로 비유된다. 대나무는 일직(一直)으로 자란다. 가지가 없다.
형제 사이를 방계(傍系)라고 한다. 곁방傍 자이다. 형제는 언제나 곁에 있다. 형제는 몸에 달린 두 손으로 비유된다. 부모는 몸 기둥이고, 형제는 좌우 손으로 비유된다. 나무에 줄기가 있고, 가지가 나오게 된다. 가지가 방계이다. 형제는 가지로 벌어져서 2촌으로 된다. 그 아들에게는 3촌으로 된다. 조카가 3촌에게 행하는 절하기는 직계와 다르게 된다. 방계는 좌우 둘째 손가락 사이 거리가 있게 되어 두 손을 팔자모양(八字型)으로 내어밀고 절을 한다. 좌우 두 손가락 사이 거리가 3cm 쯤으로 된다. 이것을 두고 량수팔자형배(兩手八字型拜)라고 한다. 학생이 스승에게 올리는 절하기는 좌우 둘째 손가락 사이 거리를 5cm 쯤으로 한다. 종질이 5촌에게 올리는 절하기는 좌우 둘째 손가락 사이 거리를 7cm 쯤으로 한다. 서로 비슷한 나이 사람들 끼리 절하기는 좌우 둘째 손가락 사이 거리를 30cm 쯤으로 한다. 절하기에서 좌우 둘째 손가락 사이 거리는 공경을 나타내는 잣대로 된다. 직계는 좌우 둘째손가락 사이 거리가 0cm로 된다. 두손을 포게면 안 된다.
어느날, 내가 몸살이 나서 누워 있을 때 손자 인기가 왔다. <누워있는 사람에게 절하면 안 된다. 그냥 들어오너라>고 했다. 겨울 어느날, 인기가 6학년 졸업여행으로 서울에 다녀왔다. <서울에 갔다가 집에 돌아와서 너그 애비 어미에게 절했나>. 집밖에서 자고 오면 집안에 들어와서 아비 어미에게 반드시 절을 해야 되나니라. 그렇게 했다고 한다.
각설, 내 나이 60대. 1993년 이후 어느 해, 내가 진주고등학교 대강당에서 강연을 했다. 듣는 학생은 1하년 2학년이었다. 1천명 학생이 되리라고 여겨졌다. 강연 제목이 절하기였다. <진주에 와서 하숙하는 학생은 손을 들어 보아라>라고 했더니, 3분의 2가 손을 들었다. 일요일에 고향집으로 돌아가서 집 안에 들어가서 너그 아베 너그 어메한테 손을 마루바닥이나 방바닥에 짚고 몸을 굽히는 절하기를 하는 학생은 손을 들어보아라>라고 물었더니, 손을 든 학생이 드문 드문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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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직후 내가 성주에서 대구로 나와서 학교를 다닐 떼 일이다. 1946년 미군정 시대 2년 3년, 대통령 리승만 시대로 된다. 친구들 가운데 고향집으로 돌아가서 저그 아비한테는 절하고, 저그 어미한테는 절하지 아니하는 집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집과 다른 집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 놀라게 된 것은 아비 어미한테 온통 절을 하지 아니하는 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를 때였다.
평상시 아들 딸 며느리 손자 손부 조카들이 올리는 절하기를받을 때는 두루마기를 입지 아니한다. 설날 세배는 꼭 두루마기를 입고 절을 받아야 한다.
살아있는 사람에게 절을 할 때는 남녀 모두 한번 절을 한다. 일본사람은 서서 꼬박 꼬박절을 한다. 지난날 배달겨레가 그 일본절을 재배(再拜)라고 하고는, 그것을 받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렸다.
살아있는 사람에게 절을 할 때 지난날 왕에게 올렸던 절하기를 하면 안 된다. 서서 두 손을 가슴까지 올렸다가 손을 내리고 허리를 굽히는 절하기가 왕에게 올리는 신하절(臣下拜)이다. 어떤 무식쟁이 유림이 왕에게 올리는 신하배를 남자절(男子拜)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학교가 그런 책을 보고 가르치고 있다. 그런 책이 있거든 쓰레기통에 넣어야 한다.
나라흐름을 모르면 세상만사 무식쟁이로 된다. 나라흐름을 력사(歷史)라고 한다.
려증동／경상대 명예교수／배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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