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효와 전통예절에 대한 교육이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잘못된 내용으로 교육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다. 언론을 통하여 접하게 되는 우리 사회의 폐륜이 잘못된 교육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하면 과장된 말이기는 하나 그럴만한 이유는 있는 것이다. 너무 오래 전부터 자기 조상을 남으로 만드는 교육을 하고 있다. 잘못된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성균관의 학자가, 대학 강당의 교수가,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가 잘못이 옳은 것인양 재교육하는 것이다. 대학의 교재가, 학자나 교수가 저술한 책이, 대백과 사전이 잘못되어 있다. 교육용 교재도 엉터리이다. 인터넷의 촌수자료 대부분이 잘못된 내용이다. 명절때만 되면 다루는 언론기사도 엉터리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발행하는 교육용 자료도 마찬가지이다. 방송의 퀴즈 프로그램에서는 엉터리 문제를 출제하고 시상을 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민법 조항이 잘못되었다. 뿐만아니라 생활 교육의 가장 기본인 초중등 도덕교과서가 잘못되어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잘못된 모범답안지로 학생들을 평가하고 있다. 학교내신제도는 신빙성을 잃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친척을 소중히 생각한다. 전통예절이 중요하게 되는 근본이 "효"사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날 어른들은 가깝고 먼 사이를 구분하기 위하여 "촌수"라는 것을 만들었다. 촌수가 가까운 사이는 정이 더 두텁게 되는 것이다. 부모가 1촌이고, 자식이 1촌이고, 형제가 2촌이고, 이렇게 따지고 보니 수십촌까지 따질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사람이 살면서 촌수가 멀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보니 대한민국 헌법에도 친족의 범위를 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8촌보다 멀다면 남으로 간주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자기의 조상을 남으로 만드는 교육이 너무 오래 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아마 반백년 이전부터 잘못된 것으로 추증된다.
자기의 조상을 남으로 만드는 이유를 살펴보면 교과서 및 대부분의 자료가 부모 1촌, 할아버지가 2촌, 증조할아버지가 3촌, 고조할아버지가 4촌, 5대조를 5촌이라 한다. 또한 자식이 1촌, 손자가 2촌, 증손자가 3촌, 고손자가 4촌이 된다고 교육하고 있다. 망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눈치가 빠르다면 자기의 시조와는 몇촌이 되는 가를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교육되고 있는 계촌법으로 따지면 시조의 32세손은 시조와 31촌이 된다. 과연 31촌을 남이라 말하지 않을 사람이 있는가? 내가 낳은 자식의 자식이 수대를 내려가면서 저절로 남이되고 마는 계산법이 학술적으로 옳다고 말할 학자는 없을 것이다.
잘못된 내용이 이렇게 오랜동안 방치된 것은 너무나도 쉬운 상식처럼 생각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잘못된 교재를 검증없이 그대로 베낀 탓이다. 잘못된 내용을 수록하고 있는 서적에서 1979년 발행된 것으로 두 권짜리 성씨에 관한 책이 잘못된 길로 가는 교과서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전부터 잘못되었는지는 알지 못하나 현재까지 조사한 바로는 가장 오래된 책이다. "촌수는 방계혈족간의 멀고 가까움을 측정하기 위하여 고안된 것"으로 직계혈족에는 도입하여서는 안될 일을 한 것이다. 직계혈족을 굳이 촌수로 따진다면 무조건 1촌이 된다. 할아버지는 2대조 1촌, 증조할아버지는 3대조 1촌이며, 손자는 2세손 1촌, 증손자는 3세손 1촌이 되는 것이다. 대나무의 마디에 비유하는 직계는 상하대를 막론하고 무조건 1촌이다.
그래도 다행한 것은 교과서의 잘못된 내용은 바로 잡기로 하였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 그 잘못을 인정하고 교과서를 수정하기로 하였다. 성균관의 자문으로 오래된 잘못이 고쳐지게 된 것이다. 교과서가 잘못되었다면 이와 연관된 많은 자료의 수정이 불가피하다. 우선 교과서를 해설하는 학생용 대백과 사전의 수정이 뒤따라야 한다. 학생 지도를 위한 교사용 지도서가 변경되어야 하고, 수업에 따른 부교재도 바꿔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직 교사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 방학 동안 교육용 자료를 개발하는 일이 한창이다. 그러나 아직도 잘못된 자료를 이용하고 있다. 방학 동안 교사들은 그저 쉬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음 학기에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고 부족한 부분을 더 배우는 기간일 것이다. 변경 내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이해에 따라 변경 자료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변경되는 내용은 교수나 교사들에게 대단히 큰 혼란을 줄 것이다. 지금까지 배워 알고 있는 내용과 현재 교재로 참고하고 있는 책들이 잘못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잘못된 내용을 배운 학생이 교수, 교사가 되었고, 그 교수가 교사가 될 학생들을 잘못 가르치고 있다. 엉터리 내용을 배운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다음 학기에 교사용지도서부터 수정될 것이다. 교과서 수정에 그 역할을 다한 성균관은 이제 명확한 사실을 전국민에게 밝혀야 한다. 대부분의 국민이 잘못 알고 있다면 어리석은 백성을 깨우치려는 세종대왕의 뜻과 같아야 하는 것이다. 더불어 법으로 명시하고 있는 민법의 잘못된 조항도 반드시 고쳐져야 할 것이다. 자기 조상을 남으로 만드는 교육은 우리사회의 폐륜범죄와 결코 무관하지만은 않은 것이다. 경남도민일보(2002-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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