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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두 정여창(鄭汝昌) 선생

최훈영

2004-01-21 11:25:33, 조회 : 2,570, 추천 : 575

선생은 <술을 마시지 말라>는 어머니 명령이 내려지자, 그 이튿날부터 입에 술을 접하지 아니했습니다. 문과에 올라 예문관 검열에서 설서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을 때, 성종 임금이 내리는 하사주를 받고서, 마시지 못하여서 머뭇거렸습니다. 선생이 여쭙기를 <신의 어미가 살아 있을 때 일찍이, 신이 마시는 술을 꾸짖고서 마시지 말라>고 하였습니다.그로 말미암아 이제 감히 전하의 명령을 받들지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여쭈었던 것입니다. 임금이 머뭇거리다가 탄복하면서 <이 사람이 참된 유자로구나>라고 했습니다.

정이천이 지은글 <하늘 사이에 있는 한 마리의 좀>이라는 글을 읽고서, 한마리의 좀이라는 뜻을 일컫는 "일두(一)"를 호로 삼았다고 합니다. 자기를 낮추는 그 겸손함이 <한 마리의 좀> 보다 더 심한 별호가 천하에 없습니다.

일두 선생에게는 남겨진 글이 한 편도 없습니다. 어머니 명령을 임금의 명령보다 더 높은 곳에 두었던 그 도학으로 말미암아 성균관 대성전에 위폐가 모셔져서 이른바 동방오현으로 받들어 졌습니다.

자랑쟁이 글을 많이도 지어서 남긴 이규보는 후광이 없고, 한 편의 글도 없는 일두 선생은 길이길이 빛이 나는 후광을 지니셨다.
자기를 낮추는 겸손한 마음을 가지면 도학으로 가는 길이 활짝 열리어 집니다.
겸손한 마음가짐이 있으면 도학이 있게 됩니다.
어머니 명령이 임금 명령보다 더 높은 곳에 있음을 일두 선생은 실행으로 보여준 것 입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되는 길을 인륜이라고 합니다.
맹자가 다섯가지 길을 밝혔습니다. 무거운 차례대로 밝혀 나갔습니다.
어버이가 으뜸이고, 그 다음이 임금이라고 했습니다.
그것을 일두 선생이 성종 임금 앞에서 보여 준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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