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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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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19 10:51:27, 조회 : 2,087, 추천 : 486 |
4월 19일, 학생과 경찰
리 영민(당시 강문고등학교 학생)
4월 19일 10시경, 성원하려고 몰려드는 군중들을 쫓는 일에 경찰들은 너무나 야만적인 수법을 썼다. 그들에게 반항하는 사람을 빨갱이라고 하면서 대여섯 명의 경찰들이 달려들어 무수히 구타하고 실신케 한 후에는 죽은 개 끌고 가듯 질질 끌고 가는 것을 보았다. 말만 듣고 직접 보지 못했던 경찰들의 만행을 내 눈으로 본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죄없는 사람들이 경찰들에게 공공연하게 구타를 당해야만 하는가！ 그들은 민주경찰이 아니요, 깡패들이었다. 짐슨만도 못한 인간들이라고 생각되었다. 국회의사당 앞에서 남대문 쪽으로 뛰어오는 데모대를 보자 수많은 군중들은 경찰에 대한 울분을 호소하듯 몰려들어 열렬히 환영의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그 대열에 뛰어드는 사람도 여기저기서 보였다.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으로ꡒ3․15선거는 무효다, 불법이다ꡓꡒ공명선거 다시하라ꡓꡒ경찰국가 물러가라ꡓ는 구호를 외치면서 내무부 앞까지 와서ꡒ내무부장관은 우리 앞에 나와 3․15부정선거의 책임과 마산사건의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을 하라ꡓ고 하며 연좌데모로 들어갔으나 실패하였고, 다시 대법원으로 가서ꡒ대법원은 3․15선거에 무효판결을 내리라ꡓ고 외치고 경무대로 향하였다. 썩은 정당의 악정 밑에서 언제나 눌려 살 수만은 없었고, 리승만 독재권력을 타도해야겠다는 정의감을 스스로 포기할 수는 없었기에 두 곳에서 데모가 아무런 효과를 못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제일 들어가기 힘든 경무대로 들어가는 데는 한 사람의 반대자도 없이 발길을 돌릴 수 있었다. 경무대를 향해 뛰어가다가 중앙청 후문을 경계로 진을 친 무장경관들과 마주쳤다.
경찰들이 쏘는 총소리가 날 적마다 분명히 공포임을 알면서도 우리들을 향해 총부리를 대고 있는 그들이 원수라고 생각되었다. 흥분한 학생들이 돌을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신사적인 데모를 하기 위해서 돌을 던져서는 안 된다고 말리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총소리가 자주 나고 최루탄 발사가 점점 더 심해 지자 나중에는 그들도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우리들 앞에 떨어지는 최루탄을 되집어 경찰한테 던지는 데모 학생들은 재빨랐다. 수가 많은 우리가 던지는 돌을 피하느라고 그들은 점점 후퇴하였다. 그들을 따라 효자동 종점까지 갔을 때는 이미 육중한 바리케이트가 우리 진을 막았다. 여지껏 보지 못했던 헌병들도 총을 우리 앞에 겨누고 있었다.
ꡒ우리의 길을 막지 말라ꡓꡒ헌병들은 물러가라ꡓ고 외쳤다. 마침내 투석전이 벌어졌다. 빗발치듯 날아가는 돌을 피하느라고 그들은 쩔쩔맸다. 돌을 던지지 않고 있는 학생들은 바리케이트를 걷어치우는 데 성공했다. 성난 물결처럼 몰려들어가는 데모대 돌멩이 세례를 받고 그들은 초초한 빛으로 물러갔지만, 그들은 총을 쏠 것만 같은 기세였다. 우리한테 물을 뿌리기 위해서 사용되었던 소방차가 우리의 소유가 되자 그것을 집어타고 경무대 정문을 향해 들어갔다. 이 나라의 참된 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해 수많은 학생들이 봉기한 이 마당에 비록 혼자라도 비겁하게 데모를 안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 나는 옆에 있던 소방차를 집어타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그 차가 얼마나 전진했을까. 그때다！ 지금까지 공포만 쏘아오던 그들은 드디어 실탄발사를 시작한 것이다. 지옥에도 가지 못할 살인죄를 그때부터 그들은 저지르기 시작했다. 그들이 누구를 위한 경찰이었길래 누구에게 총을 쏜단 말인가！ 평화적인 대모가 무슨 죄가 있기에 형제같고 자식같은 학생들에게 무차별 사격을 했단 말인가！ 죄가 있다면 자유를 올바로 배운 죄밖에 없고, 참된 민주주의가 어떤 것이라는 것을 안 죄밖에 없으리라. 순수한 학생의 신분으로 악정과 부패의 시정을 최고 권력자 리승만에게 호소하러 들어가려던 우리들에게 그들은 총알로 대접을 한 것이다.
그 뿐인가！ 소방차에서 총을 맞고 도망가는 나에게 그들은 다리를 또 쐈다. 그 자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진 나를 그들은ꡒ이 놈아, 누가 너보고 여기 오랬어ꡓ하고 구두발로 마구 찼으니, 그들은 사람이 아니라고 보아도 괜찮을 것이다. 인정이 없고 사정없이 잔인 하기만 한 경찰들에게 누가 사람 취급을 해주겠는가 말이다. 구두발로 차는 경찰을 말린 사람은 그곳에 같이 있던 헌병이었다. 언제나 믿을 만한 것은 군인 아저씨들이요, 악질분자들은 모두가 경찰이라는 전부터 가졌던 나의 신념이 한층 더 굳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 헌병 아저씨는 참으로 고마운 분이었다. 나의 생명을 구해준 은인이다.
나는 말하련다, 총을 쏜 경찰들에게. 이제라도 늦지 않다. 병원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부상자들에게 사과를 하러 다니라. 대부분 불구자가 된 그들은 당신들이 한 번도 병 위문을 오지 않았다고 원망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들은 일생을 두고 그들의 저주를 받게 될 것이고, 원수라는 대우는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는 경찰이란 말 자체로 부터 복장, 일체의 표식까지도 쇄신하여, 참된 민중의 지팡이로서 일해 달라는 것을 부상자의 한 사람으로 부탁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야만 학생과 경찰은 친해질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본 4․19의거 학생들은 참으로 용감무쌍했지만, 자유당의 앞잡이 경찰들은 비겁무쌍하였다.
(학민사. 4.19 자료집. 쪽 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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ꡒ4월 19일, 학생과 경찰ꡓ이라는 글은 경찰대학 교과서에 실리었으면 좋겠다. 2006년에 이르러 길을 모르면 파출소로 가게 된다. 경찰은 우리를 도우기하는 사람으로 되었다. 엄청나게 잘 된 것이 경찰이다.
◑<반항하는 사람을 빨갱이라고 하면서 대여섯 명의 경찰들이 달려들어 무수히 구타하고 실신케 한 후에는 죽은개 끌고 가는 것을 보았다. 민주경찰이 아니요, 깡패들이었다. 지옥에도 가지 못할 살인죄를 그때부터 저질르기 시작했다. 순수한 학생 신분으로 악정과 부패의 시정을 최고 권력자 리승만에게 호소하러 들어가려던 우리들에게 그들은 총알로 대접했다. 구두발로 나를 차는 경찰을 말린 사람은 그곳에 같이 있던 헌병이었다. 4․19학생들은 참으로 용감무쌍했지만, 자유당의 앞잡이 경찰들은 비겁무쌍했다>라는 글은 길이 남길 교훈이다.
◑4․19학생을 보고 총을 쏘라고 명령을 내렸던 사람은 대통령 리승만이었다. 리승만을 도우기하는 앞잡이 단체 가운데 그 악질 차례가 반공청년단, 학생련맹, 자유당으로 되었다. 반공청년단, 학련단, 자유당이 지시하면 경찰이 실행했다. 리승만이 <경찰나라>로 만든 것은 실국시대(失國時代) 조선총독부 <순사나라>를 그대로 이어받았던 것이다.
◑리승만은 학생을 모두 총살하더라도 4․19를 이기려고 했다. 4월 20일에 <대통령 리승만 담화문>이 그렇게 되어 나왔다.
<어제 일어난 난동으로 본인과 정부 각료들은 심대한 충격을 받았다. 어느 누구든지 그러한 행동을 취할 수 있었다고는 거의 믿지 못할 것이다. 급선무는 법과 질서를 회복하여 계엄령의 필요성이 없게 되게 하는 것이다. 질서가 회복되면 정부는 이번 소요사건의 조사에 최대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죄가 있는 사람들은 벌을 받을 것이며, 불평의 주요원인이 있으면 다 시정될 것이다.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부상을 당하고 피를 흘렀으며 많은 손해를 입게 된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바이다. 부상자 가운데 두 사람의 미국인이 끼어 있었음을 심히 유감으로 여기는 바이다. 우리가 법과 질서, 일치단결 국민으로서 서로 전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단기 4293년 4월 20일. 대통령 리승만.
(학민사. 4.19 자료집. 쪽 83)
◑4․19의거를 리승만은 란동(亂動․라이어트․riot)이라고 했다. 아메리카 대사 매카나기는 대통령 리승만을 보고 4․19의거를 공분(公憤․파부릭 인디그내이션․public indignation)이라고 하면서 리승만을 꾸짖었다.
◑매카나기는 사물을 바르게 볼 줄 아는 사람이었다. 매카나기가 없었더라면 리승만이 계속 총살시켜서 끝에는 이겼을 것으로 나는 본다. 리승만이 이겼더라면 의거학생들, 의거학생후원자들이 모두 란동꾼으로 잡혀가서 엄청난 고통을 받고 일생 동안 억울하게 살게 되었을 것이다. 아메리칸 매카나기에 대한 고마움을 잊을 수가 없다.
려증동／경상대 명예교수／배달학
날짜: 2006년 06월 19일
작성자 : 려증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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