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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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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15 13:13:38, 조회 : 2,168, 추천 : 506 |
4․19 전차와 톱과 철조망
4.19의거 부상자 리 정인(동국대 법과생)
나는 지금 세브란스병원 제1병실 구석 침대에 드러누워서 쿡쿡 쑤시는 상처 위에 가만히 손을 얹고 이를 악물고 있다. 바로 나의 옆에는 홍익대학 미술과 4학년생인 김화연군이 알아 들을 수 없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는 신음속에 몸부림치고 있다. 그는 그날(4․19) 경무대 정문 2,30미터 되는 곳에서 제일 앞장에 서서 싸우다가 몸에 관통상을 입고 쓰러진 용감한 청년이다. 김군의 어머니와 누이동생은 벌써 사흘 밤을 꼬박 뜬눈으로 새며 그를 간호하고 있다. 척추를 다친 그는 퇴원하더라도 그날 이전의 건강한 몸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 보인다. 그와는 생전 안면이 없던 나는 그날 경무대 앞 제일 전열에서 싸우다 우연히 알게 되었고, 또한 지금 같은 병실에 누워 있게 된 것이다.
우리는 4월 19일 수천 발의 총탄과 최루탄을 정면으로 맞으며, 쓰러져 가는 친구의 등을 뛰어넘어 효자동 종점에까지 갔다. 발포는 갈수록 더 심해졌고 무차별로 쏘아대는 총탄에 맞아 거꾸러지는 학생의 수는 눈앞에서 증가되어 갔다. 효자동 종점에서 우리는 두 대의 빈 전차를 밀고 가며 총알을 피했으나 그 곳에서도 많은 희생자를 냈다.
경무대 어귀에 다달으자 그곳에는 철조망으로 인하여 들어가지 못하도록 바리케이트를 쳐 놓고 있었다. 그 저편에서는 연신 총을 쏘아대는 경찰의 수효가 늘어갔고 맨주먹만 가진 우리들은 도저히 철조망을 뚫고 들어갈 수 없게 되었다. 학생들은 어디선가 찦차 뒤에 달고 짐을 나르는 트레일러 하나를 굴러왔다. 우리는 좋은 무기나 얻은 것처럼 기뻐하며 그것을 밀고 철조망을 끊으려고 있는 힘을 다하였다. 그러나 둘레둘레 뭉쳐진 철조망이 그것으로 끊어질 리는 없었다. 총탄은 더욱 빗발치듯 머리 위를 날고, 옆에서는 쓰러지고, 차마 눈을 뜨고는 그 광경을 볼 수 없을 만큼 처참한 지옥의 그것과도 같았으나 뒤로 달아나려는 학생은 하나도 없었다. 어떤 학생 하나가 어디서인가 톱 한 자루를 얻어들고 철조망 앞으로 뛰어 들었다. 철조망을 엮은 나무 기둥을 톱으로 베기 시작하자 총격은 그곳으로 집중되었다. 10여명이 그 자리에서 폭폭 거꾸러졌다. 붉은 피가 분수와 같이 뿜어져서 이 사람 저 사람의 얼굴이며 옷을 붉게 물드렸다. 소방차에서 내쏟는 거센 물결이 마구 우리들을 후려 갈겼다. 땅에 쏘다졌던 피가 그물에 섞여서 강물처럼 흘렀다. 모든 학생들은 그때 벌써 생사를 초월하였다. 넘어지고, 쓰러지고,자빠지고, 죽어가는 우리는 그 모진 철조망을 기어코 끊고야 말았다.
ꡒ와--ꡓ하고 앞장으로 뛰어나간 나는 소방차에서 뿜는 물에 맞아 비틀비틀하여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수백명 학생들이 잠시 앉아있게 되자 총격도 잠잠했다. 잠시 숨을 돌린 우리들은 다시 일어났다. 사격이 또 시작되었다. 점점 경무대에 가까워지자 총탄은 광풍처럼 몰아쳤다. 죽어 자빠지는 비명--. 아스팔트를 덮는 검붉은 핏물--
이미 내 귀에는 총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정신이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아！ 같은 핏줄을 타고난 형제가, 내 나라의 땅 위에서 내 동족이 쏘는 총에 맞아 죽어가다니......몇 천년의 역사를 뒤져봐도 이렇게도 처참하고, 그렇게도 잔인한 비극이 어디 있으랴.
분노는 서러움으로, 서러움은 다시 죽음의 각오로 돌변했다. 가자！ 기어코 갈 곳에 가서 우리가 생각한 바를 말로라도 시원스럽게 털어놓고 보자......수십구 시체와 부상자를 뒤에 두고 우리는 경복궁 정면까지 진출했던 것이다. 피돋힌 눈에 경무대 입구가 어슴푸레 보였다. 이제 올 곳으로 다 왔구나......몇 발만 더 나가면 우리는 리승만 대통령을 만나 이야기를 할 수 있구나......이 억울하고 피를 토해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할 이 딱한 사정을 호소할 수 있는 곳인 경무대가 보이는구나......ꡒ자, 다시 한 걸음......ꡓ
문앞에서 우리를 겨누고 있는 수십개의 총구가 마치 커다란 포문처럼 내 눈에 비치었다. 총격은 도리어 죽음을 두렵지 않게 신경을 자극하였다.ꡒ가자！ꡓ 두 주먹을 불끈쥐고 나가려는 순간, 나는 전신이 녹적지근해지며 숨이 탁 막히는 것을 느꼈다. 뱃속에서부터 헉하는 소리가 입으로 터져 나왔다. 입김이 불처럼 뜨거운 것을 느꼈을 때 나는 벌써 땅바닥에 쓰러져 의식을 잃었을 때였다. 다행이라고나 할까. 나는 허벅다리를 맞고 넘어진 것이다.
궤종소리가 새벽 두 시를 알린다, 바깥은 계엄령이 내려 아무런 인기척도 들려 오지 않는다. 잠을 이룰 수 없는 부상자들의 죽음의 신음소리가 이 병실 저 병실에서 내 귓전을 소란하게 때리고 있다. 동굴 속에서 터져나오는 듯한 신음소리는 낮으면서도 너무나도 비통하다. 옆에서 김군의 어머니가 그의 아들의 숨결을 지켜 들으며 한없이 울고 있다.
(학민사. 4.19 자료집. 쪽 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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ꡒ4․19 전차와 톱과 철조망ꡓ이라는 글은 경찰대학교 교과서에실리어었으면 좋겠다.
◑<내 나라의 땅 위에서 내 동족이 쏘는 총에 맞아 죽어가다니, 몇 천년 역사를 뒤져 봐도 이렇게도 처참하고, 그렇게도 잔인한 비극이 어디 있으랴>고 했다. 부끄럽게 된 사람이 리승만이다. 경무대경찰서장이 발포명령자로 되어서 곽영주가 사형되었으나,발포명영자는 리승만이었다. 리승만이 4월 29일에 달아났으니, 리승만이 사형을 피해 간 것이다. 그리하여 도주라고 했다.
◑리승만이 아메리카에서 대학을 다녔다는 것을 나는 믿지 아니한다. 아메리카에서 대학을 다녔다고 하면 사람 목숨이 소중하다는 것을 저절로 알게 된다. 아메리칸에 풍(風)이 있다. 풍이 있기에 저절로 알게 된다. 평생토록 리승만이 지었다고 하는 글이 한 편도 없다. 박사학위 론문제목을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그러면서도 리승만 앞잡이들은 <리박사>라고 주둥아리를 놀려왔다. 리승만이 대학을 졸업했다는 것은 검찰이 수사해야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2006년 ○시에 <빨래는 리박사>라는 간판집이 있음을 보고 나는 웃었다.
려증동／경상대 명예교수／배달학
날짜: 2006년 06월 15일
작성자 : 려증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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