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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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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05 09:16:05, 조회 : 2,640, 추천 : 490 |
옳은 일에는 용기를
부상자 윤 석길(보인중학교 3학년생)
협잡을 가득 담은 채, 활활 타버리는 방공회관을 보았더라면 어떤 영웅이라도ꡐ인간의 오만ꡑ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깨달을 것이다. 그때 나는 보인중학교 3학년이다. 학교에서 배운 것도 그러했고, 또 내가 알기에도 옳고 그른 것 만이 있는 것으로 알았다.
ꡒ오늘은 데모가 심상치 않을 것 같으니 조심해라ꡓ는 아버지 말씀도 가벼운 대답으로 넘기고 학교 길에 나선 4월 19일！ 아침부터 교내 분위기는 무겁게 흘렀다. 6교시 수업이 끝나갈 무렵에는 데모군중들 구호는 차차 총성으로 바꿔지기 시작했다. 우리들 마음에는 총소리에 약해지는 군중들 아우성 소리에 신경이 쏠리었다. 나의 온 몸에는 소름이 끼치기 시작했다. 모두 찢어진 듯한 긴장 속에 선생님 말씀도 들리지 않는듯 했다. 선생님도 안절부절 하는 상태이면서도 우리들을 위해서인지 학교 밖으로 못나가게 했다. 억압엔 저항이 원칙인즉 교실공기는 더욱 날카로워졌다. 억지로 마지막 수업이 끝났다. 선생님은 우리들을 집까지 데려다 준다고 하시며 나섰다. 완장을 두르신 선생님을 따라 나는 중구 거주 학생들 대열에 끼었다.
우리들은 빠른 걸음으로 내수동 골목길을 빠져 나왔다. 넓은 세종로에는 분노에 치밀은 학생들과 시민들 대열이 탁류처럼 들먹이고, 독재자 리승만 물러가라는 노도와 같은 군중들 고함소리는 하늘을 치솟고 있었다. 우리들 데모대열은 이 속에서 산산히 흩어지고 말았다. 나는 이리 저리 군중 속을 뚫고 광화문 네거리로 나섰다.
주인을 잃은 관용 짚차 위에 피가 낭자하게 흐르는 데모학생들 외침과 찢어진 와이셔츠를 내어 휘두르면서 쓰러진 동지의 시체를 싣고 지나가는가 하면, 붉은 소방차에 벌떼같이 무섭게 올라붙은 학생들과 시민들의 목쉰 외침은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어 주었다.
사방에서 쉴새없이 콩을 볶는 듯한 총성은 더욱 나를 흥분시켰다. 나는 경무대 쪽으로 달려가는 군중대열에 끼어 들었다. 쓰러진 몇 사람의 시체를 밟기도 하고 또 넘어지기도 하면서도 나는 노도와 같은 데모대 속에서 목이 터져라고 고함을 지르며 쉴새 없이 마구 앞으로 뛰었다. 데모대를 저지하려는 이중 바리케이드가 눈앞에 보였다. 극도에 달한 데모대의 힘에는 이중 바리케이드도 무색했다. 우리들의 힘은 더욱 치솟았다. 이때는 총성이 아주 근거리인 우리들 바로 앞에서 들리는 것이었다. 이때 당황한 세 대의 경찰 백차에서는 확성기를 통해서 계엄령이 선포되었으니 모두 집으로 돌아가라고 초조하게 외치고 있었다.
그래도 밀리고 밀리는 데모군중들은 계엄령 선포 따위는 아랑곳없이 밀려들어 우리들 대열은 어느덧 중앙청 앞에 도달했다. 이때 우리들 바로 앞에서 최후의 저지선을 고수하려던 경찰들은 데모군중 속에 총부리를 들이대고 마구 발포하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경찰 총부리 앞에서 일시 후퇴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화연 속에 불타오르는 반공회관 앞까지 밀려왔을 때에 학생과 시민은 불과 30여명 만이 남아 있었다. 이때 어느 누구가 시킨 지휘도 아닌데 맥아더 장군 동상 앞에 깔린 자갈을 들어 추격해 오는 경찰관들에게 일제히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경찰 찦차 유리는 산산 조각이 났고 헤드라이트는 눈알을 잃은 봉사 마냥 두 구멍이 뻥 뚫어졌다. 경찰관들도 무수히 돌에 맞아 피를 흘리는가 하면 쓰러지는 경찰관도 보였다. 바로 내 앞에 섰던 학생과 시민 몇 사람이 총탄에 맞아 쓰러졌다. 사태는 긴박해졌다. 무차별로 총을 난사하기 시작하는 경찰들에게 우리들은 더 이상 대항할 수 없는 긴박한 형편에 도달했다.
우리들은 뿔뿔이 헤어져 뛰기 시작했다. 이때 나의 오른편 옆구리가 뜨끔해 지는 것을 느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손은 내 옆구리를 움켜쥐고 있었다. 뜨거운 피는 허벅다리를 타고 흘러 교복바지 밖으로 내 솟았고 군화 속은 피로 꿀럭거렸다. 다리는 허공을 짚는 것 같고, 몸은 점점 무거워지며 정신은 차차 혼미상태로 빠져들어가 내 몸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음을 느꼈으나, 나는 있는 힘을 다해서 광화문까지 뛰어나왔다. 그러자 누구인가의 부축을 받았다. 그후 몇 시간이 흘렀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내가 정신이 들었을 때는 성모병원에서 이미 수술을 받고 어느 병동에 나와 같은 동지들과 누워 있었다.
일찍이 그른 것을 옳다고 하는 법을 배웠던들 이렇게 목숨을 걸고 싸우지는 않았으리다. 나는 오직 기성세대에게 옳은 것을 위해 용기를 굽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입증하고자 싸웠을 뿐이다.
(학민사.4․19 자료집. 쪽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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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보인중학교 3학년 윤석길은 큰인물이 될 바탕이 보인다.
◑경무대 앞으로 가는 데모대열에 끼었다. <독재자 리승만 물러가라>를 외치는 고함소리가 하늘을 찌를 듯 성난 파도라고 했다.
◑총알이 오른 쪽 옆구리에 들어가서 성모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그릇된 것을 보고, <옳습니다>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더라면 목숨을 걸고 나서지 아니했을 것이다. 그릇된 것을 보고, <옳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비겁한 사람이다. <나는 타고난 천성이 비겁한 사람이 될 수가 없어！>였다.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윤석길이 지은 글을 읽고 판정하면 된다. 이 글을 읽고서 재미가 없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정치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사람은 <우표 수집가>, <나비 채집가> 같은 일을 하면서 살면, 사람을 해롭게 하지 않아서 후회없이 살았다고 되리다.
이 글을 읽으면 공자가 했던 말을 윤석길이 중학교 3학년에 실행한 셈이다. <론어>를 읽고 대인군자로 된 사람이 있고, 타고난 천품이 대인군자로 된 사람이 있다. 배우지 아니해도 <上人>이 있다고 말한 사람이 공자였다. <론어>에 들어 있는 공자 말을 아래에 적어 둔다.
◑정의를 보고도 아무일도 하지 아니하는 놈은 용기가 없는 놈이 다(見義不爲, 無勇也>
◑도를 지킴에 목숨을 거는 사람이 군자이다(君子守死善道)
◑군자는 두려워하지 아니한다(君子不懼)
◑거룩한 사람(仁者)은 반드시 용기를 가진다(仁者, 必有勇)
려증동／경상대 명예교수／배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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