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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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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01 10:03:30, 조회 : 2,060, 추천 : 447 |
호랑이가 북곽을 앞에 두고 꾸짖었던 것이 대충 다섯 가지로 되었습니다.
1. 선비라는 것이 아부 아첨을 한다.
2. 천하에 이치는 하나 뿐이다.
3. 인륜도덕을 세워서 권장하나, 사람이 행하는 나쁜 짓은 막을 사람이 없다.
4. 리(理)를 말하고 성(性)을 이야기 하지만, 벌꿀.젖.누에 옷을 빼앗고는 끝에는 저희들 끼리 잡아먹는다.
5. 전쟁을 일으켜서 서로 잡아먹고 전쟁 병기를 자꾸 만들어 낸다.
여기에 이르기 까지 호랑이 꾸짖기를 듣고만 있던 북곽이 엎드렸다가 일어나서 엉거주춤 하더니만 두 번 절하고 머리를 거듭 조아리면서 <전(傳)에 이르기를 비록 아무리 못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목욕 재계한다면 상제(上帝)라도 섬길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하토(下土)에 살고 있는 천신(賤臣)이야 바람결에 나부끼는 풀잎 처럼 감히 덕을 입을 뿐입니다>라고 하고는 숨을 죽이고 기다렸습니다. 호랑이 말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기다렸으나,
오래도록 아무런 분부가 없기에 실로 황송하기도 하고, 정말 두렵기도 하여 손을 마주잡고 머리를 조아리며, 고개를 치켜 들고 우러르며 쳐다 본즉, 호랑이는 이미 가버리고 자리에 없었습니다. 북곽은 자기 앞에 호랑이가 있는 줄 알고서 마지막 아첨을 늘어 놓은 것으로 되었습니다. 호랑이는 북관이 말한 마지막 아첨을 듣지 못했습니다.
<호랑이 꾸짖기 소설>이 중국말로 적힌 것이 서운하나, 이 내용이 배달말로 적혔다고 하면 읽어서 알 사람이 없습니다. 호랑이 입을 빌려서 깊고 넓은 학술이 있다는 것을 알렸고, 나쁜 짓 행하기는 사람이 으뜸이라고 했습니다. 호랑이는 주희학도(朱熹學徒)를 미워했는데 북곽이 주희학도로 되었습니다. 이 소설이 지니는 생명은 영원하리다. <노벨 문학상>을 받을 만한 것이 <호랑이 꾸짖기>로 되었습니다.
호랑이 꾸짖기를 듣고 있는 사람이 북곽 한 사람 뿐이나, 그 꾸짖음을 읽고 부끄럽게 되는 사람은 저술이 많은 사람, 첩이 많은 사람, 거짓 착한 사람. 음양을 말하는 사람. 대기(大器)를 말하는 사람. 글자를 모르는 사람을 보기만 하면 교만해지는 사람으로 됩니다. 사람이 행하는 몹쓸 짓 가운데 부끄러운 것이 앞잡이 창귀로 되는 일입니다.
호랑이가 처음으로 사람을 잡아 먹으면, 잡아 먹힌 그 사람은 <굴각>이라는 이름으로 되는 호랑이 앞잡이로 되어서 호랑이 겨드랑이에 붙어 살면서 사람의 집 부억으로 호랑이를 이끌고 가서 솥바닥을 핥게 만듭니다. 그렇게 하면 밤중이라도 집주인이 갑자기 배가 고프게 되어서 밥을 짓게 된다고 합니다. 호랑이가 두 번째로 사람을 잡아 먹으면 잡아 먹힌 그 사람은 <이을>이라는 이름으로 되는 호랑이 앞잡이로 되어서 호랑이 광대뼈에 붙어 살면서 높은 곳에 올라가서 사냥꾼의 행동을 살피고, 또 깊은 골짜기에 함정이 없는지를 살피고, 묻어 놓은 화살이 없는지를 살핍니다. 발견이 되면 먼저 가서 그것을 벗기는 일을 합니다.
호랑이가 세 번째로 사람을 잡아 먹으면, 잡아 먹힌 그사람은 <육혼>이라는 이름으로 되는 호랑이 앞잡이가 되어서 호랑이 턱에 붙어 살면서 평소 알고 지냈던 친구들 이름을 호랑이에 알리는 일을 합니다. 앞잡이 노릇을 즐겨 행하는 사람의 나쁜 행동을 들추어 내고 있습니다. <호랑이가 개를 잡아 먹으면 취하고, 사람을 잡아 먹으면 조화를 부립니다.>라는 말을 호랑이가 했습니다. 이 말이 지닌 뜻인즉 <개 보다 사람이 착하지 못하다>라는 뜻으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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