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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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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21 13:23:25, 조회 : 2,460, 추천 : 541 |
1936년 8월에 일본육군대장 차랑(次郞)이 총독이 되어 서울에 왔습니다. 손기정(孫基禎)선수가 독일 베를린 올림픽 대회 마라톤 경기에서 우승했습니다. <朝鮮중앙일보>가 손기정 우승을 소개하는 사진에서 일본국기를 빼어버린 사진을 실어서 보도했습니다. 신문사 사장이 려운형(呂運亨)이었습니다. 이것을 <일장기 말소 사건> 이라고 부릅니다.
총독 차랑이 깜짝 놀랐습니다. <朝鮮중앙일보>가 보도한 그 <일본기 말소 사진>을 이튿날 <동아일보>에 넘겨주었습니다. <동아일보>가 두번 째로 <말소사진>을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말소사진을 입수하지 못해서 일본국기 사진을 그대로 보도했습니다. <朝鮮중앙일보>라는 신문사가 언제 창간되었느냐를 밝혀야 합니다.
1926년 11월 15일에 <中外日報>가 창간호를 내었습니다. <中外日報>가 <中央日報>로 바뀌었습니다. <中央日報>가 <朝鮮中央日報>로 바뀌었습니다.
각설. 려운형(呂運亨)이 1929년 상해에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조선땅으로 압송되었습니다. 1930년 6월에 서대문 형무소에 수인(囚人)으로 되었습니다. 1932년 7월에 형기를 마치고 출옥했습니다. 1933년 봄에 <中央日報>를 맡아 달라고 했습니다. 려운형은 신문이름 <中央日報> 위에 <朝鮮>을 얹어서 <朝鮮중앙일보>로 하도록 하면 사장을 맡겠다고 했습니다. 상해에서 임시정부 이름을 정할 때 려운형은 <朝鮮民國임시정부>를 주장했습니다.
1936년 어느 날 손기정 선수가 <朝鮮중앙일보> 사장 려운형을 찾아왔습니다. <선생님, 이번 경기에 나가야합니까, 나가지 말아야 합니까. 답曰가슴에 일장기를 달고 나가는 것은 원통하지만 나가야해. 나가서 꼭 이김으로써 조선 민족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보여주어야 해>라고 말했습니다.
올림픽에 나가는 우리 선수들을 환송하는 의식이 있었습니다. 총독 차랑은 친일배 윤치호에게 환송사를 하라고 시켰습니다. 윤치호는 <일본의 승리를 위해 헌신분투하라. 일본의 승리는 곧 우리의 승리이며 우리의 영광이다. 베를린 하늘에 일장기를 높이 날리고 돌아오라>고 목에 핏대를 올려 역설했습니다.
윤치호 연설에 모두 분격해 하는데 갑자기 뒷문으로 려운형이 뛰어 들었습니다. 끈질긴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고 땀 흐르는 얼굴로 단상에 올라와 윤치호를 밀어내고 마이크를 잡으며, <나 한마디 잠깐만...>하고 외쳤습니다. <제군들은 비록 가슴에 일장기를 달고 가지만 등덜미에는 조선 반도를 짊어지고 간다는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제군들은 어디에 가서도 조선의 남아라는 것을 잊지 말라. 조선의 얼은 리 준(李儁), 안중근(安重根)의 후손 답게 조선의 명예를 만방에 떨쳐야 한다>. 경찰이 달려들어 려운형의 연설을 중지시켰습다. 이날 저녁 경성역 구내 식당에서 려운형은 선수들을 환송하는 잔치를 베풀었습니다.
올림픽에 떠나는 선수들은 려운형이 아껴서 키운 체육의 수재들이습니다. 특히 손기정 선수는 려운형 아들 홍구와 동기 동창이었습니다. 1936년 8월 7일, 손기정 선수가 마라톤에서 1등을 한 소식이 전파를 타고 온 세계에 울려 퍼졌습니다. 물론 일본의 승리로 되어 있었습니다.
전송해 온 손기정 선수의 사진을 받아 쥔 <朝鮮중앙일보> 사장 려운형은 <신문에 이대로 내어야 하는가, 아니다>. 려운형은 단호한 결심을 했습니다. 사내 간부들을 불렀습니다. <사진 동판에서 손기정 선수의 가슴에 단 일장기를 지워버리자>고 제안했습니다. 모두가 반대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신문이 폐간될 것은 물론 모두 감옥귀신이 된다고 했습니다.
사장 려운형은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으니 안심하시오. 절망에 빠진 우리 민족에게 민족적 기개와 자긍심을 안겨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1936년 8월 10일 <朝鮮중앙일보>는 "오호 대한의 남아이여"라는 즉흥시를 비롯해서 손기정 선수의 특집기사로 꽉 차고 손기정의 가슴에서 일장기를 지워버린 사진을 크게 보도했습니다.
<朝鮮중앙일보> 사진기자가 <동아일보> 사진기자에게 그 사진 동판을 넘겨주었습니다. <동아일보>는 그 이튿 날인 8월 11일에 <朝鮮중앙일보>에 실렸던 그사진을 그대로 보도했습니다. 시끄럽게 되었습니다. 려운형은 곧 총독 차랑을 찾아 갔습니다. <이 일은 내가 한 일이니, 다른사람을 부르지 말라. 사장 직을 사임할 것이고, <朝鮮중앙일보>를 자진 폐간하겠노라>고 했습니다. 그리하여 어느 한 사람도 구속되는 일이 없었습니다.
<朝鮮중앙일보>는 이로 부터 영원히 폐간고 말았습니다. <동아일보>는 무기정간(無期停刊) 처분되었습니다. <朝鮮日報>는 일장기를 말소시킨 ㅈ사진 동판이 없어서 일본국기인 <히노마루>를 가슴에 단 손기정 선수의 사진을 보도했다. <朝鮮日報>는 화를 면했습니다. <朝鮮중앙일보>가 영원히 없어지다가 보니, <朝鮮日報>로 착각하여 잘못 적혀지는 글들이 있었다.
<<나의 아버지 려운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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