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성숙으로 따질 때 마을 세 단계로 나누게 되는 바, 그것은 젖먹이말․어린이말․어른말로 됩니다. 젖먹이말이라는 것은 젖을 먹고 있을 동안에 사용되고 잇는 말을 두고 이르는 것인데, 대충 태어나서부터 네 살까지 사용하는 말들을 두고 젖먹이말이라고 합니다. 그 젖먹이말이 〈아빠〉․〈엄마〉․〈엉가〉․〈오빠〉라는 말들입니다. 이 말들은 소리내기가 쉽습니다. 다섯 살이 되면 그 “아빠․엄마”라는 말을 버리고, 그 자리에 “아버지․어머니”라는 말이 들어가도록 잡아 주어야 합니다. 젖먹이 나이를 벗어났는데도 젖먹이마을 계속 사용하게 되면, 젖먹이의 생각 그대로 머물러 있게 되는 것입니다.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말에 따라 그 말만큼 생각이 이룩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합니다.
사람이란 자신이 사용하는 말에 따라 생각이 이룩되어 갑니다. 대충 이에대한 공리에 대하여 사람들은 모르기가 쉽습니다. “사람은 말만큼 생각하게 된다”라는 사실에 대하여 조금 친절하게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사람이 어른스런 마을 사용하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어른스럽게 되는 것이요, 유치한 말을 사용하면 유치한 사람이 되는 것이요, 품위 있는 말을 사용하면 저도 모르는 사이에 품위 있는 사람이 되어 있는 것입니다. 사람이 바른말을 가려 쓰게 되면 그 말만큼 저도 모르는 사이에 바른 사람, 분명한 사람 공정한 사람이 되어 있고, 고운말을 가려 쓰게 되면 저도 모르는 사이에 품위있는 사람이 되어 있고, 부드러운 말을 가려 쓰게 되면 그 말만큼 저도 모르는 사이에 부드러운 사람이 되어 있는 것입니다. 바르지 못한 말을 사용하게 되면 거치른 사람이 되어 있고, 뽐내기말을 사용하게 되면 경박한 사람이 되어 있고 , 유식한 체하는 말을 사용하게 되면 비천한 사람이 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되는 것을 두고 말이 지니고 있는 신비로운 힘이라고 합니다.
이 대목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젖먹이말을 사용하게 되면 젖먹이 생각의 수준에 머물러 있게 되고, 어린이말을 사용하게 되면 그 말만큼 언제나 어린이 생각 수준에 머물러 있게 되고, 어른스런 말을 사용하게 되면, 그 말만큼 저도 모르는 사이에 어른스런 생각을 지니게 된다는 그 점입니다.
언젠가 대학생에게 편지글을 짓게 했던 바, 그 글들이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졌습니다. 하는 “아빠․엄마”라고 하는 젖먹이말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집단이 있고, 다른 하나는 “아버지․어머니”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 집단이 있었습니다. “아빠․엄마”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 글은 대충 이런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아빠는 안녕하셨어요. 아빠는 요즈음도 약주를 자세요. 아빠가 약주를 자시고 돌아올 때마다 나는 어쩐지 아빠가 미워졌어요. 동생 공부를 잘 시키세요. 그럼 아빠 안녕히 계세요〉라는 것들이었습니다. “아버지․어머니” 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 글은 대충 이런 것이었습니다. 〈소자 훌훌히 아버지․어머니 곁을 떠나온지 며칠이 지났습니다. 밤이 되어 책을 펴서 읽고 있노라면 문득 아버지․어머니 얼굴이 떠오릅니다. 고생스런 나날을 보내고 계시는 것이 소자의 머리에 떠올라 글줄이 내려가지 않는 밤이 많습니다. 남녘 하늘을 우러러 바라보면서 아버지․어머니 몸 편히 계시기를 소자 엎드려 바라는 바입니다〉라는 것들이었습니다. 사용하는 말만큼 소견이 이룩되어 간다는 그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바로 위 두 가지의 편지글이었습니다. 대학생이면서도 “우리 아빠”라고 말하거나, “우리 엄마”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글을 짓는 대학생을 그 말만큼 어린이 같았습니다.
다섯 살이 되어서 그 젖먹이말을 버리고서 “아버지․어머니”라는 말로 바꾸었던 대학생은 그 말만큼 자라서 아버지․어머니를 걱정하는 쪽으로 어른스러워졌습니다. 아버지․어머니를 걱정하는 생각이 깊고 넓어졌을 때 효자․효부가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효자․효부는 자신이 지니고 있는 생각의 깊이와 넓이에서 이룩되고 있는 것입니다. 생각의 깊이와 넓이는 마의 깊이와 넓이에서 이룩되는 것입니다.
옛날이나 오늘날이 가법(家法)을 지니고 있는 집에서는 한결같이 어린아이가 자람에 따라 그 때를 맞추어 단계말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가법을 지니고 있는 집을 법가집이라고 부르는데, 법가집에서 이렇게 해온 것은 “사람의 됨됨이가 그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말만큼 이룩된다”라는 그 이치를 알고 있으므로 말이 지니는 그 힘으로 자기 자손들을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하여 바른말 가르치기에 온갖 정력을 쏟아 왔고, 또 계속해서 그렇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 법가집의 수효는 자꾸만 줄어들어서 단계말을 배우지 못하는 사람의 수효가 자꾸만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이 단계말에 대한 공부는 학교가 맡아 주어야 하는데, 광복 후 우리 학교교육은 그 일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대학생이 되었는데도 “우리 아빠”라고 말하는 이가 있기도 합니다. 당장에 학교를 그만 두고 시집을 가도 좋을 나이는 되었건만 말하는 수준을 보면 아직 젖먹이말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니, 젖먹이 소견으로 시집을 갈수도 없거니와 젖먹이 소견으로 시집을 가서도 안되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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