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지 기사에서 ‘[병원에 갔는데]친절한 간호사, “아버님” 하는 목소리에 실수’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면 정말 어이가 없다. 누가, 누구의 시아버지인가?
숙맥불변(菽麥不辨), 콩인지 보리인지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어리석고 못난 사람, 바보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숙맥’이다. 누가 취재원을, 기자를, 신문을 바보로 만드는가? 교육이다. 그 교육의 중심에는 성균관유도회가 있고, 국립국어원이 있다.
간호사는 ‘아버님’이란 단어를 호칭이라 알고 있다. ‘남의 아버지를 높여 부르는 말’로 배운 것이다. 도덕교사는 성균관에서 가정언어를 배운다. 그 중 어떤 사람은 교수가 되어 책을 내고, 교사될 사람을 가르치고, 그 교사가 학생을 가르친다. 부름말을 호칭이라고 교육한다.
속은 붉고, 겉이 푸른 것이 수박이다. 수박은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나누면 썩는다. 반면, 호(呼)는 부르는 말이고 칭(稱)은 일컫는 말이며, 숙(菽)은 콩이고 맥(麥)은 보리다. 따로따로 뗄 수 있다. 그런데도 ‘호칭’과 ‘숙맥’이 수박같이 생긴 것으로 아는 국어 학자가 많다.
성균관유도회의 교육용 책을 보면 ‘아들, 딸, 시아버지, 시어머니’를 호칭이라 한다. 저자는 <호+칭>과 <수박>이 같은 언어구조라고 안다. 관계말을 호칭이라 하면 부르는 말은 무엇인가? 국립국어원은 부르는 말을 호칭이라 한다. 호칭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아들, 딸, 부, 모, 시부모’는 부름말이 아니다. 그런데 국립국어원은 호칭 뒤에 ‘님’을 붙일 수 있다고 한다. 사전의 의미로 “―님[접미사] 남의 이름이나 호칭 또는 다른 명사 뒤에 붙어 높임의 뜻을 나타내는 말. 사장님, 선생님, ‘홍길동 씨, 홍길동 님’으로 쓴다“라고 한다.
어처구니없게도 학교에서는 ‘학부모님’이란 단어를 인쇄하여 집으로 통지문을 보낸다. ‘님’이란 단어는 원래 높임말이 아니다. 며느리가 사용하는 말로 친정 부모와 시집 부모를 구분하기 위해 만든 아름다운 우리말이다. 그러나 ‘님’의 용도를 모르고 사용하다 ‘스님, 선생님’이 허용되었다. 단, 상대를 부를 때에만 붙일 수 있다.
‘부와 모’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일컫는 말이다. ‘조와 손’은 ‘할아버지와 손자’를 말한다. 아버지를 ‘부(아비)’, 어머니를 ‘모(어미)’라 부르지 않는다. ‘님’이란 접미사를 호칭 뒤에 붙인다고 설명하지 않고, 부름말 뒤에 붙인다고 교육하였다면 지금 같은 혼란은 없다. 숙맥이 저지른 대단히 중요한 실수다.
‘부모’는 부름말이 아니므로 ‘부모님’이라 말하거나 쓸 수 없다. ‘조손’도 부름말이 아니므로 ‘조손님’이라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방송 진행자들은 ‘아드님, 따님’ 소리를 줄기차게 소리 낸다. ‘아들과 딸’이 부름말이 아니므로 ‘아드님과 따님’이란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
요즘 “아들아! 공부 잘하면...”으로 시작하는 광고를 들을 수 있다. 잘못된 광고다. 아들은 관계말이므로 부모는 자식의 이름을 부르면 된다. 또한 남의 자식을 말할 때는 ‘아들, 딸’이라고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그 자식이 ‘아드님, 따님’이 되면 상대를 높이려다 부모와 자식을 동격으로 하여 패륜 집안을 만들고 만다.
아부하는 사회가 잘사는 사회라는 의식 속에서 언어도 변한다. 기사에서 간호사는 50대 후반의 이 모 씨에게 아부하기 위해 상술 용어로 ‘아버님’이라 불렀다. 그런데 며느리의 목소리를 구분하지 못하고 친절한(?) 간호사를 며느리로 착각한 것이다.
‘아버님’이라는 부름말에 계속 반말로 대답했던 이씨는 미안한 마음에 어쩔 줄을 몰랐고, 친절한 간호사들에게 사과를 하지 못한 것이 미안하고, 나이 든 환자라 해서 ‘아버님’이라고 부르는 일이 익숙해졌다면 듣는 이는 어른의 자격이 없다. 잘못된 기사다.
분명, 이 모 씨는 며느리가 자신을 어떻게 부르는지 알고 있다. ‘아버님’이다. 그런데 간호사가 친절을 가장한 아부말로 ‘아버님’이라 불렀고, 반말한 것을 사과하지 못한 것을 미안해 할 것인가 아니다. 야단을 쳐야 한다. ‘나는 간호사 시아버지가 아니네’라고 바르게 교육해야 한다. 부름말이 아닌 관계말에는 ‘님’을 붙일 수 없다는 것을 꼭 알아야 한다. 간호사는 병원에 오는 사람에 따라 '손님, 어르신'이라 부르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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