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이면 한자가 아닌 우리말만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 무엇인가를 정확히 표현하기 위해 한자를 쓰기보다 두루뭉술하게 순우리말을 써야 한다는 경남도민일보의 글을 읽고 잘못된 내용을 알아 본다.
우선, 무엇을 알아야 하는데 우리말을 두루뭉술하게 쓰면 정확한 표현을 할 수 없고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없다. 우리말만 사용하는 것도 좋지만 정확한 의미를 전달할 수 없다면 우리말이 된 한자말도 알아야 바르게 표현할 수 있다.
친인척 상호간에 사용하는 말은 부름말(호어), 걸림말(칭어), 일컬음말(칭어), 마디말(촌수)로 구분된다. 하지만 호(號)와 칭(稱)을 구분하지 못하는 교육이 지금과 같은 혼란을 만드는 것이다. ‘충효예절교본’이니 ‘생활예절’이니 하는 교재부터 엉터리가 많으니 학교 교과서가 엉터리인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촌수가 직계를 셈하기 위함이 아니라 방계를 계산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며 실제로 1촌은 부자간을 2촌은 형제간 또는 조부모와의 관계를 뜻하기 때문이다”라고 하였으나 할아버지와 나에게는 촌수가 없다. 할아버지와 손자 사이를 2촌이라 하면 불효막심한 자손이 된다.
원래 직계는 촌수를 따지지 않는다. 방계혈족의 촌수를 계산하기 위해 ‘부자간을 1촌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설정 값이다. 그러므로 촌수를 계산할 때에는 같은 조상으로부터 몇 대인가를 계산하여 더한 다음 단위 ‘촌’을 붙이면 된다.
“자기와의 촌수를 구분 짓는 호칭으로 가장 가까운 사이를 뜻하는 말은 삼촌이라고 할 수 있으며 우리는 아버지(혹은 어머니)의 형제를 일컬어 삼촌이라고 부른다”고 하였으나 3촌은 마디말로 부름말이 아니다.
‘삼촌’이 부름말이라면 서삼촌(할아버지의 첩의 자식)이란 말이다. 피가 썪인 관계만을 따져 3마디가 되므로 “삼촌아, 삼촌 오셨습니까”라고 말하는 것이다. 아버지의 형제는 맏아버지, 둘째아버지, 셋째아버지, 끝아버지가 된다.
형제란 대등관계이면서 차례만 다를 뿐이기에 ‘맏(伯)+아비(父)’로써 맏아버지, ‘버금(仲)+아비(父)’로써 ‘버금아버지, 즉 ’둘째아버지‘가 옳다. 우리말화법에서 큰아버지, 작은아버지라고 하면 ’대부(大父)‘, ’소부(小父)‘가 되는데 몸이 크고 작은지로 구분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반면, 예로부터 할아버지를 ’큰아버지‘ 대부(大父)라 한다. 한아버지의 발음이 변해 할아버지가 된 것이다.
가정언어에서 ‘님’은 며느리 전용어다. 형이나 사촌형에게 ‘형님’이라 말하지 않는다. 형님이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집안 며느리들뿐이다. 며느리 사이 순서에 따라 형님이라 하고, 남편 형이나 누나에게 형님이라 한다. ‘형님’은 남에게 말할 수 있으나, 조직폭력배 영화에나 어울리는 단어다.
추석에는 제사를 지낸다. 절사(節祀)다. 계절제사로 기제사와 다르다. 차례를 지내려면 차만 놓고 절하면 되는데 무슨 음식이 그리 많은가를 보라. 차례를 지내면 ‘명절증후군’이란 말은 필요 없게 된다. 명절날 먹고 싶은 음식만 만들면 기분이 좋게 된다.
사촌형제의 아들은 종질이고 딸은 종질녀다. 나는 종숙(지역에 따라 당숙이라 하나 합리적이지 못하다)이 된다. 종숙은 걸림말로 호칭에서 칭어에 해당한다. 종질이 종숙을 부르는 말 호어는 ‘아재(지역에 따라 아제, 아저씨)’며, 종숙의 아내 종숙모를 ‘아주머니’라 부르면 된다.
반면, 종질에게 종숙인 나를 말할 때는 어떻게 하는가? ‘아제 또는 내’라 하면 되고, 종질녀를 부를 때 종질녀가 시집을 가지 않았다면 이름을 부르고, 시집을 간 후에는 남편의 성을 따서 ‘박실아, 김실아’하고 부르면 된다.
“그래서 나는 삼촌의 뜻도 있으면서 당숙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는 '작은 아버지'라는 표현을 쓰는 게 좋겠다고 결론지었다”면 한글날을 맞아 우리말을 아끼자는 의미는 무색하다. 우리말도 좋지만 바른말을 써야 한다.
흔히 조카의 아내, 형제의 며느리를 ‘조카며느리’라고 한다. 우리말로 바르게 표현하면 ‘질부’다. 질부는 우리말이다. 중국글자로 쓰면 ‘姪婦’가 되고, ‘婦’는 ‘아내 부’가 된다. 그러나 ‘조카며느리’는 조카의 며느리로 ‘종손부’다. 즉, 종손자의 아내다.
“차라리 정확한 의미를 위해 한자를 쓰기 보다는 두루뭉술하게 순우리말을 쓰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고 하였으나 말을 두루뭉술하게 잘못 쓰면 오히려 낭패를 당하게 된다. 남편을 ‘오빠’, ‘아빠’라고 두루뭉술하게 쓰면 콩가루 집안이 되고 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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