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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記者)와 정자(精子)가 할 일 그리고 손자(孫子)

최현영 (Homepage)

2007-01-17 09:42:14, 조회 : 2,327, 추천 : 463

‘자’라는 글자는 ‘자(子), 기자(記者), 정자(精子), 난자(卵子), 손자(孫子), 주전자(酒煎子), 탁자(卓子), 선자(扇子, 부채)’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말로 써다보면 쉽게 구별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기자와 정자에서 ‘者와 子’ 모두 받침대라는 의미로 사용될 수 있을 것 같다.

기자(記者)는 언론의 받침이고, 정자(精子)는 사람이 되도록 하는 받침이다. 하는 일은 모두 같다는 의미다. 그런데 받침대를 잘못 괴면 큰일이 나기도 한다. 받침대는 가정언어에서도 사용되는데 잘못 사용하는 말이 패륜아를 만들기도 한다면 억측일까?

자(子)는 아들, 맏아들, 자식의 의미이고 어조사의 기능이 있다. 어조사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앞의 말을 돕기만 한다. 자(子)에 대한 상세 설명으로 아주 작은 것을 나타내는 말로 ‘소립자, 전자’라는 말이 있다.

자(子)는 신문, 잡지의 어느 난을 맡은 기자가 자신을 칭할 때 쓰는 말이다. 기자의 자(者)와 같이 사람을 뜻한다. 그리고 성도(聖道)를 전하는 사람이나 일가(一家)의 학설을 세운 사람의 존칭으로 공자(孔子), 맹자(孟子)와 같은 성인이 있다.

정(精) 자(字)는 찧을 정, 자세할 정인데, 왜 자(子)가 붙어야 말 구실을 하는지 모르겠다. 정자(精子)의 반의어는 난자(卵子)인데 난(卵)만 있어도 말은 된다. 두 자씩 형태를 제대로 만들어야 사람이 되기 때문일까?

그런데 단어 한 개만으로 설명되는 말에 받침대를 붙인 말이 있다. 손자(孫子)다. 손자는 아들이 낳은 아들로 남손(男孫)과 같은 말이다. 여성차별을 없애기 위해 만든 손녀(孫女)라는 말도 있다. 아들의 딸로 여손(女孫)과 같은 말이다.

그러면 손자의 ‘자(子)’는 아들을 뜻하는가? 아니다. 주전자의 자와 같은 역할을 하는 ‘받침대 자’ 자다. 그러나 가정언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손주’라는 말을 만들어 낸다. ‘손자의 잘못’이라고 국어사전은 설명을 하지만 TV 연속극에서는 “우리 손주 왔는가“라고 말하는 노인이 있다.

지금 많은 사람은 자식을 ‘왕자와 공주’로 모신다. 왕자(王子)와 공주(公主)에서 ‘자(子)와 주(主)’를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손주가 만들어 진다. 그런데 손주의 ‘주’는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는가? ‘主’도 되고, ‘誅’도 된다. 즉, 손자가 주인이 되기도 하고 할아버지, 할머니를 죽일 손자가 되기도 한다는 말이다. 손자가 할아버지를 죽이는 것을 손주조(孫誅祖)라고 하며, 줄인 말이 손주다.

‘기자와 정자 그리고 손자‘가 바르게 할 일이 있다. 기자가 곡해를 하면 오보를 만들고, 정자가 외도를 하면 사생아를 만들거나 서자를 만든다. 손자를 주인으로 대접하기를 좋아하면 조부모가 오래 살지를 못한다. 받침대를 잘못 괴는 탓이다.

기자가 맡은 바 그 책무를 다하면 바른 언론이 되고, 정자가 그 책무를 정당한 곳에서 수행하면 화목한 가정이 된다. 가정언어를 모르고 사람을 대하면 망신을 당한다. 자식은 부모를 공경할 줄 알아야 하고, 손자는 조부모를 정성으로 대해야 한다. 어른은 자식의 거울이다. 어른의 바른 말을 위해 작가는 받침대를 바꾸지 말아야 한다. ‘손주’가 아니라 ‘손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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