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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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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1-21 13:41:07, 조회 : 3,466, 추천 : 633 |
방송 프로그램의 잘못된 언어 사용 사례에 대하여
지상파 방송에서 동물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는 듯 하다. 각 방송사마다 앞다투어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동물원, 특이한 동물, 사육사,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 파충류, 호랑이 그리고 뱀 등 무수히 많은 소재로 방송된다.
우리나라에는 애견협회 추산 애완견이 250만 마리가 있으며, 시장규모가 년 간 1조2천억 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방송에서도 시청자상담실을 운영하기도 하는데 특히 라디오방송의 경우 청취자가 앞 뒤 내용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동물을 소재로 하는 방송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것은 '애'라는 단어이다. 사람의 아이도 '애', 개의 새끼도 '애', 뱀도 '애', 호랑이도 '애'라 한다.
"고생이니까요"
"애가 병원가면 겁이 나니까요"
"85일 정도 된 애기거든요"
"치아가 흔들리면 치석이 있는 경우도 있고요"
"임신을 하면 더 먹는 애들도 있고, 토하는 애들도 있어요"
"나이가 얼마나 됐나요?"
"선생님, 우리 애가 아직 돌이 되지 않았는데요. 강아지를 너무 키우고 싶어하거든요"
"갓난애기 말이죠?"
"돌이 안 된 애 치고 의사 표현을 정확히 하네요!"
"애기랑 같이 있다고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위 대화는 지난 6월 12일 KBS 1라디오 <송지헌 신성원의 라디오 동서남북>에 출연한 수의사와 청취자의 상담 내용 일부이다. 도대체 누가 '아이를 뱄다'는 말인지 잠시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혼란스러운 단어 중 '임신'은 여자가 '아이를 뱄다'는 말이다. 임신이라는 단어는 임(妊, 아이 밸 임)과 신(娠, 애 밸 신)이다. 즉, '잉태하다'라는 말이다. 그런데 개가 새끼 배는 것을 임신이라 하니 혼란스러운 것은 당연한 것이다.
"짐승이 새끼를 낳거나 알을 까는 횟수를 세는 단위"를 "배"라고 한다. "새끼를 두 배 낳았다", "세 배 낳았다"라 하는 것이 그것이다. 즉, 생산(生産)이다. 반면 사람의 경우 출생(出生, 출산, 분만)이라 한다. 사람과 동물이 구별되어야 하는 이유를 굳이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데 7월 13일 방송된 SBS TV동물농장에서 출연자가 하는 말 역시 이해 할 수 없다.
"딸 시집 보내려고요"
"우리 애예요"
"다시 들어가세요"
대화에서 "딸을 시집보낸다"는 말이 있다. '딸'을 국어 사전에서 찾아보면 "딸[명사] : 여자로 태어난 자식. 자기가 낳은 여자 아이. 여식(女息). ↔아들"이라 되어 있다. 그러면 딸은 사람이다. 그런데 자기 딸을 개에게 시집을 보내려 한다는 말인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다. 더구나 사람이 개에게 존대어까지 사용한다.
우리말을 바로 쓰는 일에 방송에서 앞장서고 있다. '방송용어'가 규정되어 있고 일반인 출연의 프로그램에서 방송에 적합하지 못한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 편집되기도 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동물관련 프로그램만큼은 예외인 것 같다. KBS 주주클럽, MBC 와우! 동물천하, SBS TV 동물농장 모두 동일하다.
또한 우리말 사용에 문제가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방송 진행자, 리포트, 해외통신원의 말을 들으면 서울ㆍ경기지방 사투리를 아주 많이 사용한다. KBS 1라디오 <지구촌 오늘>을 듣고 있으면 끝말의 절반 이상에 '요' 자를 붙인다.
"정책을 발표했는데요"
"있는데요"
"내는데요"
"내일이 휴일인데요"
"홍길동 장관이 말했는데요"
"지금까지 소식을 전해주셨는데요"
"있고요"
해외통신원이 그 지역의 소식을 전하는 방송 시간 4분 40초 간 문장이 끝난 횟수가 25번 정도이다. 이 중 15회가 사례와 같이 '요' 자(字)를 붙였다.
바른말 고운말을 사용하자는 방송국에서 서울ㆍ경기지방 방언인 '요' 자 사용을 억제하고 표준어를 사용하려는 사람들은 아나운서가 대표적일 뿐 일부 프로그램 진행자들은 서울ㆍ경기지방 방언을 마구 쏟아 낸다.
"날씨를 알려드렸습니다."
"경부고속도로가 정체되고 있습니다"
"시내도로는 상황이 좋은 편인데요, 빗길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전국이 대상인 방송에서 표준어를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지역의 특색을 나타낼 필요가 있다면 방언의 사용이 불가피하다. 방송 관계자가 대부분 서울ㆍ경기 지방에 거주하거나 화법이 몸에 뱄다고 하여 바른말 고운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끝말 '요' 자가 서울ㆍ경기(강원 일부)지방 사투리이다. 이 말에 수긍하지 못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방언임에는 분명하다. 교과서에조차 서울ㆍ경기 방언이 그대로 실리고 있다는 사실에 교육자들도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역에 관계없이 방송에 출연하는 초등학생은 끝말은 모두 '요' 자로 끝난다.
정치와 경제가 서울에 집중된다하여 서울ㆍ경기 지방 방언을 표준어로 정할 수 없다. 또한 사람과 동물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사람과 동물이 모두 아이를 낳을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바른말 고운말을 사용해야 한다.
[추가 설명]
"나이가 얼마나 됐나요?" -> 개
"갓난애기 말이죠?' -> 사람
"85일 정도 된 애기거든요" -> 개
치아란 말은 짐승에게 사용하지 않습니다. 짐승은 이빨입니다. 사람에게 '이빨'이라 말하면 욕하는 것이 됩니다. 사람에게는 '이' 또는 '치아'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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