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 2학기 도덕 교과서 `생활의 길잡이`의 내용이 변경된 사실을 일선 학교 교사조차 모르고 있는 경우가 있다. 추석이전 수업할 수 있도록 된 단원에서 친족간 촌수는 “아래·위로는 1씩, 옆으로는 2씩 더해진다”고 교육한 것이다. 그러나 교과서에는 “직계는 촌수를 따지지 않는다”고 삭제 됐다.
교사는 지금 2003년도에 2001년도의 변경 전 교과서 내용을 정답이라 알려준 것이다. 이는 교육인적자원부의 행정 절차에 변경된 교과서에 대한 공표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내용을 바꾸고 나면 그만이라는 것이 교육인적자원부 도덕 교과 담당 편수관의 말이다. 학교 교사나, 참고 교재를 만드는 사람들이나 모두 스스로 알아서 찾아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자로서 정말 무책임한 답변이다.
게다가 이런 행정절차에 의해 발생되는 문제는 변경된 `교사용 지도서`가 전 학교의 해당 교과 담당 교사 대부분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 이전에 사용하던 교사용 지도서가 낡거나, 분실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교사가 새 교사용 지도서를 신청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도 우습지 않은가? 교과 내용이 정반대로 바뀌었는데도 불구하고, 교사가 신청해야만 교사용 지도서를 지급한다는 것은 학부모 입장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해가 바뀌고, 교과서 내용이 변경된 부분이 있다면 신청이 아니라 무조건 새 지도서를 지급해야 한다.
교사용 지도서 제작에 비용이 발생하여 국가 예산상에 문제가 있다면 `정오표`라도 만들어 배부하여야 한다. 아니면 교육인적자원부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교육인적자원부 홈페이지 교과서 관련에는 교과서 가격에 관한 내용 이외의 특별한 것이 없다.
한편 교과서 오류에 대한 공포 절차가 없다는 사실에 한국교육과정 평가원 중학교 도덕 집필자도 의견을 같이 했지만, 교육인적자원부의 소관이라는 것으로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참고로 중학교 교과서도 오류를 포함하고 있어 2003년 1월 발행에는 수정되었다.
그리고 교과서 문제에서 집필자를 찾기 힘든 경우도 있다. 오류가 발생한 초등학교 `생활의 길잡이` 1단원의 집필자로 인쇄되어 있는 이씨는 자신의 이름이 잘못된 것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확인한 바로는 무려 3년째 집필자로 되어 있다.
또한 교과서 변경 내용 공표가 없는 가운데 일어나는 문제는 비단 학교만은 아니다. D출판사는 교과서 내용이 변경된 지 이미 2년이 지났지만 지난 7월 발행한 D전과에는 여전히 2년 전 2001년도의 엉터리 내용으로 제작되어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에듀넷, 유료 학습사이트, 현직 교사의 홈페이지에는 오류(교과서와 다른 내용)를 수정하지 않은 학습자료가 가득하다. 학교 교육은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것인지, 교육인적자원부의 행정절차는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현직 교사는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 그대로 지도하고 있다. 학자에 따라 내용이 변경될 수 있지만 학교 교사는 반드시 교과서에 있는 내용 그대로 교육해야 한다.
예를 든 내용이 4학년 과목이므로 이미 잘못 배운 5, 6학년 학생은 재교육해야 한다. 교육의 리콜이 재교육인 것이다. 학생에게 이전의 내용이 잘못된 것이라 말한다고 교사의 위신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학생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다. 변경된 사실을 모른다면 교사로서 자격이 없다. 그러나 교사가 지난 교과서와 올해의 교과서를 한 장 한 장을 대조해 볼 수도 없는 상황이라 생각한다. 변경된 부분만을 알려주는 제도가 있다면 교사의 업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책임지는 교육을 위하여 교육인적자원부는 교과서 변경 내용을 공표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하며, 교육에도 리콜 제도를 도입하여 바른 교육이 되도록 재교육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 교육도 리콜되어야 한다. 경남신문(2003-10-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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